양용성의 DB 개발자 이야기 시즌I (2회)
DB 솔루션 개발자로서 삶의 시작
한 줄 코드로 2만원을 벌다
양용성은 체커에서 SQLGate 개발담당 이사로 일하고 있다. 개발자로서 자신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했던 작은 도구 SQLGate가 어느새 수많은 개발자와 DBA가 사용하는 도구로 바뀌어 있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손으로 만든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내놓겠다’던 꿈이 어느새 이뤄져 있었다. 이번 연재는 DB 개발도구를 만드는 개발자로서의 업무와 한 가장으로서 삶을 버무려 데이터 세계로 진입하려는 학생들, 개발자들과 마음을 나누고자 한다.
첫 직장 개발팀의 여자 박 대리님이 있었는데, 좀 괄괄했다.
사무실에서 줄 담배를 피고(지금은 이런 시대가 아니지만 그땐 그럴 수 있었다), 점심시간 이후에 회사에 나오고….
사실 나도 좀 그런 편이었는데, 그 누나와는 개발보다는 술에 죽이 맞았다.
그 누나에게 SQLGate.exe 파일을 하나 복사해 준 게 화근이었다.
어느 날 전화가 와서 뜬금없이 하는 말이.
누나: 니가 준 프로그램 좀 고쳐줘야겠어.
나: 왜?
누나: 야 최소한 저장을 해야 할 거 아니야! 저장 버튼 하나 추가해!
나: 그걸 사용하는 거야? 저장 기능 쓰고 싶으면 만원 입금해.
누나: 야 만원… 음 좋아 내일 오전까지 고쳐.
나: 농담이고, 그냥 그냥 써!
누나: 입금할 테니 꼭 고쳐라~
그날 2만 원이 입금이 되었다.
뭐 2만원을 받으려고 했던 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여러분도 알고 있을 텐데, 나는 그 돈이 진짜 입금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가 같이 술만 마셔도 5만원 이상 나오는데, 내가 만원 벌려고 그 말을 한 건 아니었는데, 막상 2만원을 벌고 보니 그 돈의 가치가 그냥 2만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날 왜 2만원이 입금된 것일까?
여기에 큰 의미가 있었다.
누나의 옆 동료가 그 파일을 복사해서 쓰고 있었었나 보다.
그분이 낸 만원을 추가해 2만원을 입금해 준거였다.
코드 한 줄로 돈을 벌었다.
약속한대로 파일 저장 기능을 추가로 개발해 메일로 보내줬다.
단 두줄.
if( OpenDialog.execute ) then
Memo1.lines.SavetoFile(OpenDialog.filenname);
그 2만원을 통장에서 확인하고 떠오른 기분이 지금도 생생하다. 통장을 계속해서 보게 되는데 느낌이 아주 묘했다.
"아! 누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입금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그날 새벽이 오는줄도 모르게 하룻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 밤을 새워 만든 프로그램을 회사 다른 동료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다. 그때 나는 ‘Golden’이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제품과 똑같이만 만들되, 오라클 클라이언트를 설치하지 않는 버전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개발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진도는 더디기만 했고, 기능을 추가할 때마다 버그가 계속 발생했다. 당시 내 주변에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그저 SI 할 때처럼 무작정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나같은 실력자에게는 패키지 SW 개발이 어림도 없는 일임을 금세 알게 되었다. 사실 그때 나는 다른 개발자보도 조금 빨리 기술을 읽히는 재능이 조금 더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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